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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상을 꿈꾸는 새는 대지를 내려다본다 /김경환

스톤^^ 2008. 2. 5. 19:27

 

 

 

 

 

비상을 꿈꾸는 새는 대지를 내려다본다

 

 

                                         / 김경환

                                     

 

 

                                                                  

"맑은 아침, 허전한 느낌이 들어 창을 보았습니다.

아, 내 친구 '반가움'(유일한 빛이 통하는 창에 둥지를 튼 비둘기의 두 마리 새끼 중

한 마리 입니다..)이 보이지 않습니다.

드디어 날았습니다. 그토록 열망하던 비상의 꿈을 이룬 겁니다.

며칠 전부터 유난히 날개 지치는 소리가 크고 우렁차더니 기어이 날아갔네요.

왠지 위태롭고 괜히 못미더웠는데.....

망설이고 망설이는 듯하다가 그예 날아오른 거예요.

 

 



....... (중략).......

 

 

 



난 알았어요.

시간이 날 때마다 요란하게 깃을 치고 부지런히 깃을 다듬던 '반가움'이

날개 지치기를 멈추고 이따금씩 땅을 내려다보던 까닭을.

 

 

비상을 꿈꾸는 새는 날기 전에 먼저 대지를 내려다 봅니다.

땅과 자신의 거리를 눈대중하고, 땅의 생김새와 그곳에 자라고 있는 나무며

풀이며 꽃이며 물웅덩이를 눈으로 익힙니다.

코로는 흙의 냄새까지 익히는 것입니다.

 


비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낙하지점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추락에 대비해야 합니다.

비상을 꿈꾸는 새가 하늘보다 먼저 땅을 내려다보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나는 착지에 실패해서 땅으로 고꾸라지는 새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행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새도 처음부터 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떨어지고 또 떨어지면서 마침내 능숙하게 날 수 있게 되는거지요.

 


나도 비상을 꿈꾸는 한 마리 새입니다.

그런데 눈은 늘 하늘에 두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주의자들은 반드시 현실을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하늘의 이상을 땅에 실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상과 현실, 그것의 간극이 너무 크면 안됩니다.

그 거리가 너무 멀어도 안 되고, 너무 가까워도 안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중심잡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습니다. 진리는 중심에 있습니다.

중심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떨어야 합니다.

바다를 건너가는 배는 동요하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끝없이 흔들리며 전진합니다. 

 

오늘 비상을 꿈꾸며 대지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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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꿈 꾸는 정원에서
글쓴이 : 희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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