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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을 뒤흔든 사람들](5)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예측 남발 vs 인식 확장’ 평가 갈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독일 철학자 헤겔의 ‘법철학 강요’ 서문 중 한 구절이다.‘미네르바’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한국 경제가 ‘제 2의 외환위기’의 위험에 봉착한
올 하반기,경제 평론이라는 날개로 인터넷이라는 창공을 날아오르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미네르바가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의 경제토론방에 글을 본격적으로 올린 것은 지난 7월 초.
조만간 극심한 경제위기와 금리 인상 등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견을
내놓으면서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어 당시 산업은행이 추진하던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 인수에 대해 결사 반대하고,
환율 폭등과 그에 따른 증시·부동산 가격 폭락 등을 경고했다.
이는 리먼 파산과 8월 초 1000원대 초반이던 환율의 1500원대 상승 등으로 현실화됐다.
그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미네르바도 수사할 수 있다.”(11월 3일 김경한 법무부장관)고 경고한 데 이어
정보당국을 동원해 그의 신변을 파악하는 등 압박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미네르바는 절필 선언을 했지만 도리어 그의 필명이 온 국민에게 회자되는 결과를 낳았다.
미네르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정부 당국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부유층에 대한 편견을 갖고 극단적이면서도 부정확한 예측을 남발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대표적인 근거는 물가 부문.미네르바는 올 하반기 물가 폭등을 예견했지만
실제로 전 세계 경제는 극심한 디플레(물가 하락) 현상을 겪고 있다.
그러나 미네르바의 등장에 따라 경제 관료와 전문가들이 독점하던 경제학이
일반인들의 관심사로 부각됐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한양대 경제학부 하준경 교수는 “정부의 신뢰와 리더십이 붕괴되면서 반대로
미네르바가 부상한 측면이 강하다.”면서 “미네르바가 상당한 근거를 갖고
경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일반인들이 평소 어려워하던 경제 분야에
대해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경제가 단순한 수치를 넘어 우리 정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인식의 확장 역시 그가 가져온 긍정적인 요소다.
성공회대 우석훈 외래교수는 “미네르바가 실물경제와 금융정책이
일상 생활에 어떤 파급을 가져오는가를 간명하게 보여주면서
공중에 있던 경제를 지상으로 내려오게 했다.”면서
“인터넷이라는 경제 담론의 새로운 공간이 생긴 만큼,경제와 정치·사회를 함께 논하는
수많은 미네르바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