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사람아**
내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어느 날
오랫동안 열지 않아서
파랗게 녹이 슨 가슴의 빗장을 열고
나를 찾아서 온 첫 방문객이었지
오뉴월에도
시린 얼음으로 덮인 밭을 일구고
해묵은 기억의 잔 돌무더기를 치워내고
그 자리에
끝까지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끝까지 지키지도 못할 거면서
세상에 살아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중한 것
끝내 하지도 못할 그리움을 심었었지
하루하루를 절망하는 아픔으로
지난 추억을 먹고 살던
나에게 그것은
영영 너를 만날 수는 없어도
그냥 가슴을 열고 생각만 해도
두 번 다시는 없는 행복이었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마른번개가 치고
모진 비바람이 몰고 간 이후
얼마 남지 않은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키우던 것
처참하게 뿌리째 뽑혀 나가기 전까지는
날마다
내게 남은 마지막 피 한 방울로
혼신을 다해 키워도
점점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가는 것을
너는 어디에 있기에
모른체 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살아서도
내가 죽어서도 후회 없이
사랑해야 할 너
내 사랑하는 사람아
**風子/尹俊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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