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 2006. 6. 24. 12:38
 

 
     
    몇 년 전 추석무렵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고성 이씨 분묘 이장시에 발견한 미이라와 유품들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시신을 염할 때 입혔던 옷가지 등이 우리 복식사나 풍습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하여 TV에 방영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미이라의 주인공인 이응태의 부인이 죽은 남편에게 보낸 한글 편지 한 통이 416년만에 같이 공개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사부곡(思夫曲)은 죽은 남편을 못 잊어 그리워하는 아내의 가슴 도려내는 그리움의 읊음이다. 지난 1998년 4월 경북 안동시 정상동의 한 양반가의  오래된 묘지를 이장하던 중 무덤 안에서 조선 중기에 쓴 한 여인의 한글편지가 한 통 발견되었다. 412년이라는 세월을 넘어서 세상에 알려진 이 편지는 조선조 명종과 선조 때 살았던 경남 고성이씨(固城李氏) 이응태의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간 남편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의 마음을 편지 형식으로 써서 죽은 남편의 품에 넣어준 만사(輓詞)이다.『원이 아버지에게』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어찌 나를 두고 당신이 먼저 가십니까? 당신은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 왔었나요?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몰래 와서 당신모습 보여 주세요』라며 남편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과 생전의 각별했던 부부애를 애틋한 필체로 표현하고 있는 죽은 남편을 그리는 사부곡(思夫曲)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6년 전인 1586년 서른 한 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 임종 후 장례 전날까지의 짧은 시간에 써 내려간 이 글은 원지 절반 크기의 한지에 촘촘하게 적혀 있다. 하고픈 말이 더 있는데 쓸 종이의 지면이 부족하자 종이를 옆으로 돌려 상단 남은 부분에 다시 빼곡하게 적을 정도로 지아비를 그리는 아내의 애절한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다. 또 무덤 안에는 저승 갈 때 신고 가라고 이 씨 부인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삼줄기와 함께 정성껏 역은 미투리와 남편이 소중히 여겼던 아직 태어나지 않는 복 중의 아이에게 줄 배냇저고리까지 함께 들어 있어 죽은 남편의 넋을 위로하려는 각별했던 정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토록 남편을 그리워한 이 씨 부인이 정작 어디에 묻혀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이 기사는 전하고 있다.   이 편지는 당시 엄격한 남녀유별의 유교사상 속에서 이처럼 때 묻지 않고 허물없는 애정표현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뜻밖이지만 무엇보다도 아내와 남편이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또 존중했던 당시 조선사회의 남녀 평등한 사고 관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았지만 정신만은 영원히 함께 하고자 소망했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이야기는 툭하면 이혼하고 자기만 위로 받으려는 이기주의 생각으로 나날이 엷어지고 있는 현대사회의 부부와 가족 간에 대한  사랑의 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400년 전 진실로 서로 사랑하며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 해로하고자 소망했던 이응태 부부. 비록 육신은 떨어져 있을지언정 그들의 영혼만은 지난400년 동안에도 줄곧 함께였을 것이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었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 긴 어둠의 세월 속에서 이 사랑을 지켜온 것은 아내가 써서 가슴에 고이 품어주었던 마지막 편지였다.
     
    원이 아버지에게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와 어린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을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 들 내 마음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주시고 또 말해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 아내가

     

    종택에서 바라본 7층전탑

     

    고성이씨 종택

     

     

    안동호 바라보며 옛 시간 속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하는 도시 중 한 곳인 경북 안동은 양반 고을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널리 이름난 곳이다. 수백년 전 반촌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하회마을과 퇴계 이황 선생이 제자를 양성한 도산서원, 영국 여왕이 방문했던 봉정사 등 곳곳에 유서 깊은 문화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안동을 찾는 사람들은 큰 기대와 설렘을 갖는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그 설렘과 기대만큼 큰 실망을 안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구한 역사의 정신문화를 현지에서 쉽사리 만나기 어렵고, 그 보다 먼저 만나게 되는 어설픈 상흔과 변색된 전통이 씁쓸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안동이 고향인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아니라고 변명할 수도 없는 게, 정겹던 고향의 옛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걸 피부로 직접 느껴서다. 또 정작 변화가 필요한 터미널, 숙박 등 편의시설은 20~30년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걸 보면 정말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

    안동댐 옆에 조성된 민속촌은 외지사람들보다 안동사람들에게 더 사랑받는 휴식처다. 외부에 알려진 곳이 주로 안동 근교의 도산서원이나 하회마을이다 보니 시내에 있는 이 곳까지 발걸음하는 외부인이 드물다.

    시 동쪽에 자리한 안동댐 주변에는 잔잔한 안동호를 내려다보는 민속촌과 박물관, 드라마 촬영장 등이 있고 소문난 전통 음식점이 몰려 있어 눈과 입이 즐거운 곳이다. 때론 안개가 안전운전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안동호를 끼고 달리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2001년 건립돼 이제 명물이 된 월영교는 안동호 보조댐에 놓인 긴 나무다리다. 다리 중간에 팔각정과 전망대를 만들었고, 바로 아래 물 속에 조명시설을 설치해 형형색색의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대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이 다리를 밟으면 한 해동안 다리 아픈 게 없어지고, 달밤에 이 다리 위에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해 정월 대보름이면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월영교 주차장에서 강 건너편을 바라보면 언덕배기에 전통가옥이 드문드문 자리잡은 걸 볼 수 있다. 이 곳이 바로 안동댐을 조성하면서 수몰된 지역의 가옥들을 옮겨와 야외박물관으로 만든 민속 경관지다. 야외박물관 입구에는 키 큰 장승과 함께 안동이 낳은 문인인 육사 선생 시비가 자리하고 있다.

    정자와 물레방아가 있는 언덕길을 올라가면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장으로 이어진다. 고려시대의 관아, 옥사, 민가 등 20여채의 건물이 민속촌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가는 요령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빠져 나와 청송·영덕 방향으로 이어지는 국도 34번을 타고 안동시내로 들어간다. 법흥교 5거리에서 안동댐으로 향한다.

    *별미

    안동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인 헛제사밥과 안동 간고등어가 별미다. 헛제사밥은 안동사람들이 제사가 없는 날에도 제사음식과 똑같은 음식을 밤참으로 만들어 먹은 데서 비롯됐다. 나무로 만든 제기에 각종 삶은 나물과 상어산적을 올리는 게 특징이다. 월영교 주차장 앞에 자리한 까치구멍집(054-821-1056)이 특히 유명하다. 이 곳에선 붉은 빛깔을 띠는 안동식혜도 맛볼 수 있다.

    유명한 ‘안동 간고등어’는 뱃길이 닿지 않는 내륙지방인 안동의 지리적 특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생선을 맛보기 힘들었던 옛날 안동지방에서는 동해 영덕에서 잡은 고등어를 하루가 꼬박 넘게 걸려 겨우 임동면 채거리까지 가져오면 얼추 고기가 상하기 직전이 된다. 생선은 본래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가 맛을 좋게 하는데, 이 때 소금간을 해 가장 맛있는 간고등어를 만들게 됐다. 까치구멍집과 이웃해 있는 터줏대감(054-853-7800)에서는 노릇노릇 구워진 간고등어 구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