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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hki Kuramoto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최근 어쿠스틱 뮤직이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키 구라모토는 현재 일본의 어쿠스틱 음악계에서 제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작곡가겸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음악이 한국에 소개된다는 사실은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51년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였다. 학창시절에는 라흐마니노프와 그리그 등의 피아노 협주곡에 심취하여, 아마추어 교향악단에서 독주자로 활동하는 등 피아니스트로서 발군의 솜씨를 보였다. 학업에도 열중하여 일본의 명문 도쿄공업대학교 이공대에 진학, 응용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음악가와 학자의 선택의 기로에서 그는 프로 뮤지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피아노 연주는 물론, 클래식 작곡과 편곡 그리고 팝음악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연구와 학습을 하였다. 이후 프로 뮤지션으로서 클래식에서 대중음악, 가요분야에 이르기까지 않은 유명음악가, 탤런트와의 공연, 레코딩 활동을 통해 경력을 쌓아 오늘에 이르렀다. 특히 구라모토는 자신의 20~30대를 뒤돌아보면서 현재의 음악적 성공을 가능케 한 중요한 요소 두 가지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우선 20대에 주로 연주면에서 피아노에 관련된 거의 모든 장르, 즉 동요에서부터 재즈, 샹송 그리고 엥카(트롯)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일들을 경험하여 폭넓은 음악성을 익힐 수 있었던 것이 훗날의 음악활동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당시 가곡/합창곡 작곡 콩쿨에서 세 번 입상한 것도, 그가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다음으로, 30대에는 편곡작업이 늘어나 다양한 음악의 편곡을 담당하면서, 좀 더 깊이 자신의 음악관을 들여다보고 수정할 수 있었던 점을 들 수 있다. 대기만성이라고 할까? 1986년 구라모토는 첫 피아노 솔로앨범 'LAKE MISTY BLUE'를 발표하였는데, 수록곡 중 '루이즈 호수'가 크게 히트함으로써 데뷔에 성공하였다. 그는 "당시 발매된 앨범이 다행히도 후한 평가를 얻을 수 있었고, 그 후 오리지널 작품집을 연이어 발표하는데 대해 큰 격려가 되었다"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음악과 애호가들에 대한 성실하고도 온화한 자세가 오늘의 영광, 즉 '탁월한 사운드 크리에이터로서의 유키 구라모토'를 만들었다고 필자는 감히 생각한다. 이미 18집에 이르는 그의 오리지널 앨범 가운데, 가장 먼저 소개되는 본 작품은 그의 초기 3부작 '파문' '신비한 숲속의 이야기(TALES MISTY WOODS) '로망스(ROMANCE)'에서 대표적 작품을 새롭게 녹음한 앨범으로 그야말로 구라모토 음악의 진수이자 주옥같은 피아노 소품집이라고 할 수 있다. 기품이 넘치는 부드러운 멜로디의 어쿠스틱 피아노 연주 곡들은 지극히 세련된 절제와 감정의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리리컬한 가운데서도 적절한 기복을 담고 있어서, 듣는 이들을 기분좋은 평온한 세계로 이끌어 준다. 구라모토는 피아노 솔로는 물론, 오케스트라 또는 스트링 앙상블과 협연할 때도 화법이나 대위법이 완벽에 가깝다. 따라서 한 번만 들어봐도 이 앨범이 어디까지나 완벽한 음악적 기반 위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일목 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991년 8월에 발매된 제7집 앨범 '리파인먼트(REFINEMENT)'에서는 영국의 세계적인 교향악단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와도 조인트 레코딩을 하였다. 당시 그가 작곡한 곡들이 매우 뛰어나서 명지휘자들도 그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는 에피소드도 전해지고 있다. 구라모토의 이름은 이미 홍콩을 경유하여 동남아시아에도 파급되고 있으며, 타입은 다르지만 많은 이들이 '일본의 리차드 클라이더만'이라 부르고 있다. 최근에는 케이블 텔레비젼이나 레이저 디스크 등에서 영상음악, 나아가서는 일본항공 등 항공회사의 '인 플라이트 뮤직(in-flight music)으로서도 각광받는 등, 그의 명성은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내한공연 및 한국 뮤지션과의 조인트 레코딩 등이 기획단계에 있다는 소식도 들려 더욱 기대를 모으고 - 유키 구라모토 - 그의 일본데뷔앨범이다. 초기 유키의 감성을 알 수 있는 곡들로 가득차 있다. 아마도 가장 한국적 정서를 자극하는 곡들이 아닐까 한다. 'LAKE MISTY BLUE' 앨범 타이틀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이 앨범은 'BLUE'가 줄 수 있는 모든 느낌을 다 준다. 거기에 'MISTY'에서 느낄 수 있는 몽롱함. 자켓마저도 온통 파란색 일색인 이 앨범은 유키 자신이 순수한 마음으로 연주했다고 한다. 앨범 전체적으로는 흥겨운 멜로디 보다 잔잔한 그러면서도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먼저 앨범의 전체 이미지를 슬그머니 꺼내어 놓는 'Prologue'는 prologue가 늘 그러하듯이 짧은 곡이지만 유키의 상쾌한 터치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Lake Louise I'는 prologue에서의 아쉬움을 바로 채워준다. 그리고 끝날 듯하며 이어지는 피아노 선율은 정말이지 아름답다. 유키가 바다를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했을지,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음악이 있다. 'Look Down The Sea'. 음악을 들으며 내가 느낀 건 아름다웠던 추억이지 않을까. 사람의 잠재된 감성을 자극하는 'Nocturne'. 야상곡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는 제목을 붙인 만큼 유키는 아마도 풍부한 감성으로 이 음악을 작곡하였지 싶다. 그리고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Epilogue'가 이어진다. 이는 종결의 아쉬움을 담은 듯 하다. 전반적으로 조용하기때문에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Lake의 편안함, Misty의 몽롱함, Blue의 상쾌함을 느끼고 싶다면 주저없이 유키의 앨범을 듣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수묵화처럼 번져오는 투명한 터치 유키 구라모토-Lake Misty Blue 세기말이니 밀레니엄이니 하는 거창한 간판을 올리며 1999년은 시작됐지만 아직 우리 주변의 모습은 낯익은 풍경 그대로이다. 우리는 여전 히 이웃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고 잇다. 버글스(Buggles)가 토해 낸 냉소적인 웅변처럼 비디오가 라디오의 스타를 죽인지도 20년 이 된 지금, 우리는 TV를 통해 산산조각난 우리의 꿈을 훔쳐보며 하루를 마감한다. 열어 젖히면 산과들, 호수와 바다의 바람이 기분 좋게 밀려들던 기억 속의 창 대신에 우리는 TV를 창 삼아 창 너머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창밖에는 온갖 자극적인 허깨비 인생들과 싸구려 웃음들이 뇌수의 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드디어 진입했음을 자랑스럽게 떠벌린 사이버(Cyber)공간은 사이비(Pseudo)공간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구조만을 지향하고 무언가 지배적인 존재가 되고 싶었던 바벨탑의 욕망은 우리들의 가슴에 허탄한 그늘을 드리우고 말았다. 어린 시절, 서기 2000년이 되면 모두가 로켓을 타고 달을 왕복할 수 있으리라는 신나는 기대의 추억은 거리에 넘쳐 나는 실직자들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 빛이 바래고, 끝내 감기처럼 우울함을 전염시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각각의 '자기'가 살아가는 삶의 정체성을 담담히 되돌아보는 따스한 시선이 그립다. 우리의 감각은 천문학적으로, 현미경적으로 넓은 공간을 더듬도록 확장되었지만, 현실적인 우리의 삶은 결국 우리와 우리 이웃, 그리고 우리 후손이 살아가는 영역에 있고 추억을 밟는 걸음걸이의 보폭 안에 자리하게 된다. 대위법의 기둥으로 세운 바흐의 영험한 구조물들, 불굴의 정신으로 인간애를 노래한 베토벤의 역주, 너무도 순수하고 천진해 범접할 수 없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이 짐이 된 적은 없었는가? 젊음의 에너지를 물리적으로 연소시켜내는 록음악, 즉흥의 미학, 그 점화의 순간들에 허물어지던 재즈의 모래성이 버거워질 때는 정녕 없었는가? 가슴으로 스며든 '슬프도록 아름다운' 음악 필자가 유키 구라모토의 음악을 처음 만났을 때가 그러한 때였다. 꽤 오랜 시간 함께 호흡했던 한 마리 파랑새가 불현듯 떠나간 직후, 공허 한 가슴에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얻은 후였다. 수없이 많은 사랑과 이별의 장면에 익숙해 있었지만, 막상 필자의 가슴에 직접 내려 앉은 아픔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날 이후 세상은 정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녀와 함께 거닐던 숲은 여전히 푸르렀고 웃고 재잘 거리는 거리의 표정은 거짓말처럼 이전과 다름없었다. 변화한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이었다. 이전과 다름없게 들린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의 음악들로는 이미 걷잡을 수 없게 된 마음의 불길을 더 이상 다스릴 수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치유의 손길을 건넨 것은 'Sonnet of Fountain' 이었던가. 'Lake Louise' 였던가. 짧게 나타났다 여운을 남기며 사라져간 별빛처럼 아련한 시와 같았던 피아노 곡이었다. 살아 있는 어쿠스틱 의 영롱한 반짝임이 실핏줄이 보이도록 투명했던 그 곡은 유키 구라모토의 작품집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문득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 '설국(雪國)'의 첫 부분에 나오는 여자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목소리' 구절이 떠올랐다. 그랬다. 구라모토의 선율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소리'를 건반으로 응결시킨 듯 했다. 슬픔을 강요하는 신파가 아니라 공기 밖으로 사라져 버리는 유한성의 숙명적 슬픔을 간직한 아름다움... 공허했던 틈새에 스며드는 묘한 매력의 청량제와 같았다. 그 날 이후 그의 음반들을 수소문해서 어렵게 구해서 들었던 것은 이제 모두가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회상(Reminiscence) |
출처 : 꽃향기많은집
글쓴이 : 곶자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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