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의 故 김선일 사건에 대한 교훈은 어디 갔는가? 테러방지와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기능을 강화하겠다던 정부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다.
지난 25일 MBC PD수첩 ‘피랍 100일, 소말리아에 갇힌 동원호 선원들의 절규-
조국은 왜 우리를 내버려 두는가’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자국민 보호는 국가기능의 기본임에도 여전히 이들은 납치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납치사건은 4월 4일에 있었다. 지난달 22일 정부당국자는 비공식브리핑을 통해
“무장세력과 석방조건에서 90% 가량 의견접근을 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협상전문가를 고용해 활용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한달이 넘도록 여전히 10%는 충족되지 않고 있는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달 30일 간비야
반쥴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정상회의에 참석한 기회에 소말리아 과도정부 외교장관에게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소말리아는 15년째 중앙정부도 없고, 치안기구도 없는 나라이다. 과도정부에 대한
석방요청은 도무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납치사유가 ‘경제적 이유’라는 이유 아닌 이유만으로 이들은
방치된다. 하지만 이들의 무장정도는 보통이 아니다. 뉴스위크 한국판 2006년 4월 19일자에 의하면
소말리아 해적선 용의자들은 AK-47 소총 뿐 아니라 로켓추진유탄발사기(RPG)로 무장한 경우도 있다. RPG는 세계 각국의
저항세력이 전차나 헬기를 상대로 사용하는 무기이다. 1993년 소말리아에서 격추된 미군의 블랙호크 기 2대도 RPG의 대표적
격추사례다.
‘동원호’를 납치한 같은 소말리아 해적들로 추정되는 곳에서 101일 만에
풀려난 선박 ‘셈러우’호의 탄자니아인 기관장 주마 무이타(50)씨는 7월 3일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잔인성을 증언한 바
있다. “어떤 해적보다도 질이 나쁘고, 무장도 잘 되어 있으며 막대한 몸값을 요구한다”라는 것이다.
소말리아 내전이
‘국제전’으로 확대할 염려가 있다는 AP통신과 BBC의 지난 20일자 방송은 동원호 사건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염려스럽게
한다. 에디오피아는 소말리아의 이슬람 군벌세력, ‘이슬람 법정연대’가 바이도와 시내를 공격할 경우 적극 개입할 것이라
선언했다.
테러방지업무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우리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다. 그래서 국정원에게 테러방지에 대한
정보와 기획조정기능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국정원은 테러방지업무담당을 위한 부서까지 신설했고, 해외주재관의 업무영역도 조정한
바 있다. 외교부도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입만 열면 떠들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협상은 지지부진이다. 유명인사가 아니라서 국민들의 관심도 다른 사건에 비해 소극적이다. 이 모든 상황들이
동원호 선원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한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해외정보수집과 분석의 강화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정보협력의 필요성도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참여정부가 자랑하는 매뉴얼대로 협상노력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테러 방지와 자국민 구출을 위한 매뉴얼은 매뉴얼 상으로는 완비되어
있다. 하지만 석방현실은 그렇지 못한 데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한다. 국제해사국(IMB)과의
협조도 강조한다.
현실적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외교부와 국정원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원수산의 책임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한 가지 덧붙여 놓을 필요가 있다.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소말리아 해안 뿐만이 아니다. 사실 가장 위험한 곳은 말라카 해협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사이를 지나는 말라카 해협은 970km에 달하는 해수로, 매년 5만 척이 넘는 각국 상선이 통과하고 있고 세계원유 수송량의 절반과 상품
물량의 3분의 1이 이곳을 거치고 있다. 말라카 해협에서의 해적활동에 대한 대응은 특히 미국과 일본이 적극적이다. 우리도
최근에야 해경이 나서 연안국과 해적대응합동훈련을 벌이고 있기는 하다.
기업들 입장에선 이것만으로도 부족해
민간해상경비회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 3-4년 전부터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BARS사 등 민간해상경비회사가 고속정을 타고
호위하는 서비스를 시작 중이다. 고객은 주로 대형유조선을 운항하는 국제석유자본이나 구미의 기업들인데 호위기간은 말라카해협
경유라면 통상 11일 정도이며, 비용은 평균 10만불 정도이다.
경제적 또는 정치적 목적의 테러가능성 등의 이유로 해적들에 의한
납치사건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우리 국민의 해외진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만큼 이러한
테러에 노출될 빈도가 늘게 된다. 1차적으로는 동원호 선원들을 하루빨리 석방시켜야 할 것이고, 2차적으로는 지난 김선일 사건
이후 자칫 느슨해진 테러방지와 자국민보호에 대한 영사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이며,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평가, 분석하고 강화된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이것이 이번 MBC PD수첩이 정부와 정치권에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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